코인은커녕 주식에도 관심이 없던 나에게,, 어느 날 언니가 한 채널을 추천해 줬다.
"이 유튜버가 알려주는 이벤트 참여하면 너도 돈 벌 수 있어"
그 채널의 이름은 "빨간조끼아저씨"였다. 이 아저씨 덕분에(?) 나는 코인에 입문하게 된다.
내가 참여했던 이벤트는 이렇게 세 가지였다. 지금 빗썸 이벤트는 마감됐을 것이다.
1) 빗썸 신규가입 이벤트 + 계좌 연동
2) MEXC 거래소 신규가입 & 선물 이벤트
3) 빙엑스 신규가입 & 선물 이벤트
빗썸 신규가입 이벤트는 나에게 선물 거래를 유도하진 않았다. 문제는 MEXC였다..
빗썸 이벤트로 11만원을 만진 나는 욕심이 나 MEXC 이벤트에도 참여하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GT8emGcZXw

MEXC 왈:
너 고급 KYC인증받고 계좌에 100달러 이상 채워 넣으면 내가 80USDT 줄게~
80달러면 10만원이 넘는 돈이었기에 나는 고민도 안 하고 MEXC가 하라는 대로 했다.
(참고로 고급 KYC인증을 하려면 민증과 얼굴을 팔아야(?) 한다)
원래 이런 이벤트는 보상이 입금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려서, 처음에는 돈이 안 들어와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벤트 보상 페이지가 통째로 사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 뭔가 싸한 느낌이 들어 구글에 "MEXC 거래소 먹튀"를 쳐 보니..
MEXC 거래소 이벤트 보상을 못 받았다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이 새끼들은 사기꾼이었던 것이다. 오마이갓
나는 억울해서 고객센터에 따졌다.





내가 부정행위를 저질러 지급이 어렵다고 하는데.. 조사해 본 결과 얘네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라고 한다.
상담원은 그냥 매뉴얼 복붙해서 대답하는 것 같고,, 화가 쫌 났지만 상담원은 죄가 없기에 차마 따질 수가 없었다.
바로 앱을 삭제하려 했지만 거래소에 내 돈 100달러가 묶여있어서 우선 돈을 빼내야 했다. 근데 국내 거래소에서 MEXC와의 거래를 막아놔서 돈을 빼내는 게 복잡했다.
(MEXC → 바이낸스 → 빗썸 → 내 계좌)
나는 귀찮은 일을 미루는 습관이 있어서, '나중에 하자' 해놓고 그대로 앱을 방치하게 된다.
(이것 때문에 결국 보상금을 받게 됐다. 미루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있구나.. 싶었다 ㅋㅋㅋ)
이벤트 참여 후 한 2주 정도 지났을 때쯤 보상으로 50USDT가 지급됐다는 알림이 떴다. 기분은 좋았지만 왜 돈을 받게 됐는지 이해가 안 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내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대부분의 외국 거래소에서 주는 이벤트 증정금은 바로 출금할 수 없고, 선물 거래를 통해 출금할 수 있는 상태로 바꿔야 한다. 흔히 이걸 증정금을 "녹인다"라고 표현한다.
나는 선물 거래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당연히 증정금을 녹이는 방법도 몰랐다. 그래서 유튜브에 있는 영상을 보고 그대로 따라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P8U9xBkxek)

증정금을 녹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숏과 롱에 같은 금액을 건다.
2. 각각 익절가(TP)/손절가(SL)를 동일한 비율로 설정해 놓는다.
3. 레버리지를 5배로 땡기고 기다린다.
4. 거래가 체결되면 녹여진 체험금의 일부가 들어온다.
위 영상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했는데.. 문제는 증정금이 엄청 조금 녹여지고 거래가 체결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계속 노가다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냐?" 할 수 있겠지만.. MEXC 놈들이 증정금에 유효 기간을 설정해 뒀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빨리 증정금을 녹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나는 '모 아니면 도' 심정으로 내 마음대로 선물 거래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레버리지를 20배로 설정했다가, 30배.. 100배로 점차 늘려갔다. 그래도 괜찮았던 이유는 내가 쫄려서 TP/SL을 엄청 작은 폭으로 설정했기 때문이었다. 넣자마자 바로 빼버리니 손실이 크게 날 수 없었다. 물론 이익도..ㅎㅎ 수수료 바우처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레버리지에 대한 개념을 잘 몰랐던 그때의 나는 답답한 나머지 레버리지를 200배로 올리는 기행을 저지르게 된다.
'에라 모르겠다 함 드가자~ 안 되면 말고 되면 좋은 거지 ㅋㅋ'
레버리지를 고배율로 땡기니 증정금이 빠르게 녹여졌다. TP/SL을 작게 설정하면서 레버리지를 고배율로 땡기면 증정금이 잘 녹여진다는 걸 알게 된 뒤로는 계속 그 방식으로 거래를 했다. (원리는 아직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5~10분 단위로 초단타를 계속해서 해 갔다. 나는 수익을 얻기 위해 선물 거래를 한 것이 아니라 증정금을 녹이기 위해서 한 것이었기 때문에, 수익이 적어도 상관없었다.
증정금을 거의 다 녹일 때쯤, MEXC에서 또 증정금을 줬다. 왜 그런가 하고 봤더니 누적 선물 거래량이 100,000USDT이상이라 조건을 충족했다고 한다.

이제서야 체감이 확 됐다. 내가 얼마나 단타를 해 먹었는지.. 어쨌든 나는 추가로 60USDT를 얻어서 기분이 매우 매우 좋았다.
더 많은 증정금을 시간 안에 녹이기 위해 나는 점점 대담해졌다.
TP/SL 폭을 넓게 설정했고, 한쪽 포지션에 돈을 몰빵하기 시작했다. 정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증정금을 녹이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도박으로 큰돈을 벌자는 목적으로 선물 거래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8만원을 벌었다가.. 6만원을 잃고, 4만원을 벌었다가,, 3만원을 잃고.
운이 좋아 투자금의 60%를 얻었을 때도 있었고,
운이 나빠 5분 만에 증정금 20USDT 전부를 잃었을 때도 있었다. 쉽게 벌었고, 쉽게 잃었다.
돈이 돈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건 내 돈이 아니었으니까.
내가 선물 거래에 투자한 돈은 단돈 1원도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손해 볼 건 전혀 없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대담한 짓을 저질러 갔다.
참고로 레버리지를 고배율로 땡기면 쉽게 청산 당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나는 선물 거래 차트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강제 청산 당하기 전에 닫아야 하니까..
불안해서 몇 분 단위로 차트를 봤고, 코인 시세가 언제 급변할지 몰라 계속 간을 봐야 했다.
스스로가 도박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걸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경각심을 갖기 위해 커뮤니티에서 선물 거래로 몇 천, 몇 억을 날린 사람들의 경험담을 찾아봤다. (보면서 ㅎㄷㄷ했다)
그때부터 정신을 차리고 MEXC는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나는 25만원의 수익을 내고(투자로 번 수익은 6만원 정도 밖에 안 된다) MEXC 거래소 어플을 지웠다.
ㅎㅎ.. 하지만 빙엑스 이벤트가 남아있었기에, 마지막으로 이것만 하고 선물 거래는 쳐다도 안 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선물 거래를 하게 된다.

빙엑스에서는 증정금을 많이 주진 않았다. MEXC와 비슷하게 KYC 인증 받고 200달러 이상 계좌에 넣어뒀더니 60USDT를 선물로 받았다.
초심자의 행운이 사라졌는지 빙엑스에서는 계속해서 손실만 났다. 아무 생각 없이 선물 거래를 하다보니 40USDT를 날려 어느새 20USDT만 남게 되었다.
빨리 끝내자는 생각으로 20USDT를 95000에 숏으로 몰빵하고 자고 일어났더니..
91000이 되어있었다. 4천원 정도 밖에 내리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꽤 많이 떨어진 거라고 생각해 청산했다. 그런데 청산하고 나서도 비트코인이 계속 빠지더니 76000까지 내려가는 걸 보고.... 뼈저리게 후회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떼돈을 벌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떼돈 벌었으면 분명 내 적금에도 손을 댔을 거다. 몇 백 손해보고.. 엄마 아빠한테 개 혼나고.. 언니는 나에게 비트코인 거래를 알려준 걸 후회하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은 선물 거래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MEXC에서 25만원, 빙엑스에서 11만원 정도 벌어서 충분히 만족한다.
앞으로도 선물 거래를 하기엔 도박 기질이 강해서 다시는 안 할 것 같다. 아직도 가끔씩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이 무섭다.
짧고 강렬했던 코인 선물 거래.. 한 달도 안 돼서 막을 내렸지만 이번 경험으로도 족하다.
하실 거면 이벤트 참여 목적으로만 하시고, 절제력이 약한 사람은 시작도 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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