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새해 일출은 수원 서장대에서 봤었는데,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전에 눈이 왔었는지 계단이 얼어서 산을 오르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계단이 일반 계단이 아니고 턱이 엄청 높은 돌계단이어서 자칫하면 미끄러질 것 같았다. 계단도 계단이지만 경사도 어찌 그리 험한지.. 내 친구는 네 발로 기어서 갔다. 구라 아니고 진짜다. 또 어떤 남자분께서 여친분을 구하려고(?) 계단을 내려가다가 미끄러지셔서 다들 식겁했던 기억이 난다. 쨌든 그 뒤로 다음 일출은 바다에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새해 일출은 시흥 시화호에서 보기로 결정했다. 위치도 가깝고, 산도 아니어서 일출 장소로 적합할 것 같았다. 시흥 일출이 7시 47분이어서, 넉넉하게 도착 시간을 7시 10분쯤으로 정했다. 그렇게 나는 새벽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도착했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하마터면 늦을 뻔 했는데 현지 택시기사님의 도움으로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면서 시화호에 관한 얘기도 해주시고.. 꿀팁도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새해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시화호 근처를 둘러보며 적당한 스팟을 찾았는데, 이곳이다.
그렇게 계단 턱에 앉아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너무 추워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가족 단위로 많이 온 것 같았고, 커플도 있있고 우리 또래도 몇 명 보였다. 아마 수능 끝난 고3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중간에 심심해서 새 사진을 찍었는데, 줌을 최대로 땡겨도 별로 확대되지가 않아서 아쉬웠다. 순간 망원 렌즈도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장비 욕심이 생겨서.. (이렇게 점점 과소비를.. ㅜㅠ)
47분이 넘었는데도 해가 뜰 기미가 안 보였다. '해가 왜 이리 안 뜨나..' 생각할 때쯤 해가 뜨기 시작했다. 해가 빼꼼하고 얼굴을 드러내자 사람들의 우오오오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왠지 웃겼다.
찍으면서 해가 정말 빨리 떠오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2분 단위로 찍었는데도 이렇게 위치 차이가 많이 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분홍빛 노을이 내 감성을 자극했다. 물 근처에서 찍으니 색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좋았다. 일출을 보러 온 데는 DSLR을 연습하려는 목적도 있었기 때문에.. 셔터속도와 F값을 다르게 해서 한 번 찍어봤다.
첫 번째 사진은 F값을 5.6 → 10.0, 셔터속도를 1/125 → 1/320으로 조정한 사진이다. 갑자기 분위기가 어두워지며 해의 붉은기가 강조된다. 이런 분위기의 사진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두 번째 사진은 F값을 6.3으로 약간 올리고, 셔터속도를 1/125 → 1/1000으로 바꾼 사진이다. 셔터속도를 크게 바꿨는데도 첫 번째 사진보다 밝은 것을 볼 수 있다. 셔터속도보다는 F값이 빛에 영향을 크게 주나 보다.
기다리면서 추운 것만 빼면 완벽한 장소였다고 생각한다. 일출 보러 갈 때는 장갑 필수.. 핫팩 필수..사진 찍으면서 손이 얼어서 아플 지경이었는데 친구가 핫팩과 장갑을 빌려줬다. 같이 간 친구 덕분에 살았다. 준비성 철저한 우리 친구 짱짱맨 (작년에도 나랑 일출 보러 같이 간 친구다)
+ 일출을 보고 배가 출출해서 밥을 먹으려 했는데 주변이 거의 다 공실이었다. 마치 유령도시에 있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시내에 가서 밥을 먹었다. "돌깨마을맷돌순두부"라는 순두집이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못 먹었다. 밥이 1.5인분은 되는 것 같다. 네이버 리뷰 이벤트를 하면 두부김치를 서비스로 주는데, 맛있어서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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